미시건전성 감독은 금융시스템 전체 위험을 주어진 것으로 가정하고 개별 금융회사의 파산 위험 제어를 목적으로 하는데 반해, 거시건전성 감독은 시스템 위험이 개별 금융회사의 집합적인 행동에 의해 내생적으로 결정되는 것에 주목합니다. 개별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이 외부효과로 인해 경제 전체로 보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구성의 오류가 거시건전성 감독의 대표적인 대상입니다. 거시건전성 정책과 국제적 합의에 의하여 또는 각국 정책당국의 자체 판단에 의하여 활용, 논의되고 있는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금융안정과 거시건전성정책의 의의
거시건전성정책은 금융안전 차원에서 시스템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하여 건전성 정책수단들을 설계와 도입하여 실시하는 정책을 말합니다. 여기서 시스템 리스크는 일반적으로 금융시스템의 전부 또는 일부의 장애로 금융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함에 따라 실물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위험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거시건전성 정책의 대상인 시스템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됩니다. 첫번째는 시계열 차원으로서 시간 경과에 따라 변하는 시스템 리스크를 의미하며, 거시건전성정책의 목표는 금융시스템에 내재되어 있는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것입니다. 경기 호황 시 은행은 위험선호성향이 높아져 신용위험을 과소평가하기 쉽기 때문에 차입 및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조달을 늘려 가계 및 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함에 따라 상승 중인 경기가 더 과열되도록 부추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불황 시에는 위험회피성향이 높아지면서 대출심사기준 강화 등을 통해 대출을 급격히 회수함에 따라 경기를 더 악화시키고 때로는 금융불안 또는 위기를 초래하게 됩니다. 두번째는 횡단면 차원의 시스템리스크로서 금융기관 간 공통 익스포저(common exposure), 리스크 집중, 상호 연계성 및 의존성 등으로 인하여 한 부문에서 발생한 위기가 여타 부문, 경제주체 또는 국가 등으로 전염 또는 확산될 수 있는 위험을 말합니다. 이러한 횡단면 차원은 특정 시점에서의 금융시스템 내 리스크의 분포상태를 반영하며, 직접, 간접적인 연계성 경로를 통해 특정 회사의 자산건전성 악화 또는 유동성 위험이 시스템 전체로 파급되면서 신용경색, 자산 투매 및 환매사태 등을 유발하게 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정책당국이 바로 이러한 시스템리스크를 식별하고 측정하는 능력이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강력한 거시건전성 정책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시스템 내에 누적되고 있는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는 금융 통계 및 분석 수단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금융불안과 안정적인 관련성을 보임으로써 조기경보 능력이 우수한 지표를 찾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시계열 차원 거시건전성 정책에서는 경기순응성을, 횡단면 차원 정책에서는 금융기관들의 시스템 중요성을 측정하는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경기순응성 측정을 위해 경기가 호황일 때 신용공급의 과잉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진행 중이며, GDP 대비 신용비율 갭이 대표적으로 사용됩니다. 이 지표는 GDP 대비 신용비율이 장기 추세치를 벗어난 정도를 나타내는 시계열 차원의 지표로 거시금융 충격의 발생 사실을 사후적으로 설명하는데 비교적 강점이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시스템 중요성 측정과 관련해서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 주도로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 선정 방법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지표는 금융기관들의 규모, 상호연계성, 전문화된 서비스의 대체 불가능 정도 등 시스템 중요성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거시건전성 정책수단
경기순응성 완화를 위한 국제적으로 합의된 정책수단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바젤의 규제개혁 중 경기대응 완충자본금, 즉 은행들이 시스템 리스크 상승시기(호황기)에 적립하였다가 금융위기 발생 시 사용하는 자본금은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대표적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입니다. 둘째, CGFS가 권고한 정책수단으로써 담보할인율 및 증거금을 호황기에는 강화하여 레버리지 누적을 억제하고 불황기에는 완화하여 급격한 부채상환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셋째, 예상손실 대손충당금 제도를 도입하면 신용손실을 조기에 인식할 수 있어 경기순응성 완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편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다음 두 가지 정책수단이 있습니다. 우선 일부 국가에서는 급격한 자산가격 상승 및 신용팽창을 억제하기 위하여 자국 사정에 맞추어 외화부채 한도 설정, LTV, DTI 등의 정책을 시행 중에 있습니다. 기타 정책으로 비예금성 부채에 대한 은행세(거시건전성부담금) 부과 등이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시스템 중요성 관련 정책수단으로는 첫째, 자본과 유동성 규제 강화는 외부충격에 대한 개별 기관의 복원력을 제고함으로써 금융위기의 급속한 전염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둘째, 대형 금융기관에 의해 유발되는 도덕적 해이 및 외부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셋째, 장외파생상품 시장에서 거래표준화, 장외파생상품청산소 활성화, 조직화 된 거래채널 이용 등 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위기의 전염가능성을 축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편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개별 금융기관의 파산이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자국 사정에 맞추어 각국의 청산과 결제 시스템 규제 강화, 주요 금융기관의 업무 제한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도드-프랭크 법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별 국가의 효율적인 거시건전성 감독체계는 선진국 중심의 일률적인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여 각국의 실정에 적합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각 나라의 위험상태, 전이경로, 금융심화의 정도, 금융회사의 역량, 정책수단의 제한 및 금융인프라 등이 선진국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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