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학의 많은 발전 방향 중에서 야성적 충동을 반영해서 거시경제를 알아보는 행태경제학과 거시경제학,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화두로 떠오른 소득불평등과 거시경제정책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행태경제학에 의하면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제공하고 있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소득불평등 접근에서도 정부가 불평등을 어떤식으로 완화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행태경제학과 거시경제학
애커로프와 쉴러는 '야성적 충동'을 통해 거시경제학의 행태경제학적 접근을 보였습니다. 거시경제의 진정한 작동방식을 알기 위해서는 거시경제이론에 야성적 충동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애커로프와 쉴러는 주택 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과 금융시장에 대한 순간적인 신뢰 추락과 같은 동물적 충동이 결국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가져왔다고 지적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주택 가격은 결코 내려가지 않으며 계속 오르기만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되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부동산 투자를 통해 항상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현실과의 괴리를 드러내면서 결국 심각한 오류로 판명되었습니다. 또한 투자자들의 사고 변화와 전염효과 역시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견실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단 며칠 만에 유동성이 바닥을 드러내 파산에 내몰린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라더스 사태는 투자한 자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에 휩싸인 기관투자자들의 군중심리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과 별로 연관이 없는 태평양 건너의 한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인 것도 어느 정도는 사고의 전염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애커로프와 쉴러는 경제의 작동방식과 그 안에서의 정부 역할을 경제적 동기만을 고려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완전히 합리적이며 전적으로 경제적 동기에 따라 행동한다면 최소한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작은 정부와 자유경쟁이 최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완전고용이 존재하는 고전적인 경제모형과는 달리 야성적 충동이 반영된 경제모형은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이유를 잘 설명해 줍니다. 야성적 충동은 경제를 때로는 이 방향으로, 때로는 저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유로든 사람들이 낙관적이었다가 비관적이 되면 총수요가 크게 변합니다. 이때 임금은 대게 공정성을 고려하여 결정되므로 이러한 총수요의 변화는 임금 변화가 아니라 고용 변화에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수요가 하락하면 실업률이 상승합니다. 그 결과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경제는 고용률의 과도한 변동성에 시달릴 것이며, 금융시장은 종종 혼돈으로 빠져들 것입니다. 야성적 충동이 작용하는 세계는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애커로프와 쉴러에 의하면, 정부의 역할은 경쟁의 규칙을 정함으로써 야성적 충동이 공공선을 위해 창의적으로 발휘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소득불평등과 거시경제정책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 심지어 '부자들의 모임' 이라고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소득불평등 문제는 중심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안정을 목표로 하는 IMF는 과거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상 정부의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왔습니다. 왜냐하면 IMF는 정책의 성공을 지속되는 경제성장, 낮은 물가상승률, 그리고 정부 재정지출의 균형으로만 좁게 해석했고 소득분배와 같은 문제는 IMF의 정책에서 별로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IMF는 정책의 성공을 좀 더 넓은 의미로 정의하면서 소득불평등을 IMF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장개방, 작은 정부, 그리고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라고 불리는 원칙의 수호자로 여겨져 왔던 IMF의 입장 변화는 거시경제정책 결정자들 사이에 새로운 합의가 생겨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거시경제정책은 낮은 물가상승률이나 양호한 경제성장을 이끄는 것에만 국한될 수 없으며 경제성장의 결과물을 합리적으로 나누는 것도 건강한 경제체제를 구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IMF가 소득분배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소득불평등이 증가하면 세계 경제가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IMF 두 경제학자 버그와 오스트라이는 2011년 논문에서 소득이 상대적으로 균등하게 분배된 산업국가들에서 경제성장이 활발히 진행되는 기간은 평균 24년인데 반해, 소득불평등이 훨씬 심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경제성장의 지속기간은 평균 14년이 안 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좀 더 균등한 소득분배가 정치제도의 질보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또한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평등 자체가 아니라 정부가 불평등을 어떤 식으로 완화하는가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이 나쁜 결과들을 사전에 배제시켜 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을 더 감수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경제는 더 성장하게 되는 반면, 정부가 개인이 축적한 부를 그냥 가져가는 형색의 재분배가 된다면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열심히 일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IMF가 소득불평 완화를 새로운 의제로 상정하게 된 것은 앞으로 IMF에서 차관을 받을 국가들의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부지출 삭감만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이러한 기조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러한 소득불평등과 거시경제정책 및 경제성장 간의 관계를 다루기 위해서는 소득과 부의 차이에 따른 경제주체들 간 이질성을 명시적으로 고려한 거시경제모형의 활용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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